한국경제 1분기 0.9% ‘깜짝 성장’
수출 훈풍을 타고 호전되는 기업 실적과 꿈틀대는 소비심리, 사상 최고치 돌파를 앞둔 증시 분위기 등도 이런 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수출에서 불어온 온기가 소비 등 내수 회복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대내외 불안 요인도 많아 경기 회복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적잖다.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동력은 수출이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수출은 1.9% 증가해 지난해 4분기(―0.1%)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2015년 4분기(2.1%)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 등 국내 주력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수출이 기지개를 켠 데다 반도체 호황으로 관련 장비 투자가 증가해 1분기 설비투자도 4.3% 늘었다. 작년 4분기 성장률(5.9%)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14.3%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10년 3분기(20.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전년 대비)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성장률(2.0%)은 25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건설투자도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국내 경기를 떠받치던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1.2%) 증가율을 나타내며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엔 5.3%로 단숨에 반등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건설투자 둔화가 예상됐는데 기상 여건이 좋았고 공공부문 예산 집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실적이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 대기업 ‘실적 홈런’ 이어져
기업들도 잇달아 ‘실적 홈런’을 날렸다.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LG전자는 1분기 생활가전 부문에서 세계 백색가전업계 최초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1.2%)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7%, 82.4% 증가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이다.
○ 내수-일자리 회복은 깜깜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분기 성장률 1%대를 회복하고, 연간 성장률도 한은의 전망치(2.6%)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회복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형적 성장률은 좋아졌지만 내수를 대표하는 소비와 서비스업이 너무 부진해서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1분기 민간소비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또한 국내 소비가 늘어났다기보다는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해외 소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민간소비나 일자리와 직결되는 서비스업 성장률(0.1%)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마이너스 성장(―1.2%)을 보였다.
무엇보다 수출과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은 IT와 석유화학 산업 등에 국한돼 있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진행형인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성장률을 언제든 끌어내릴 수 있는 대외 악재로 꼽힌다.
정임수 imsoo@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