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공약이 현실에서 ‘공중부양’돼 있단 점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현실의 ‘디테일’과 싸우고 있는데 대선 주자들은 현실에서 벗어난 채 모호한 ‘이상’만 말하는 탓이다.
대선에서 2강 구도를 이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표 교육공약 ‘고교 학점제’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표 교육공약 ‘5-5-2’학제부터 보자. 둘 다 취지는 아름답고 잘되면 참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할지가 몹시 불투명하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실현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캠프들은 “구체적 방안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마련하겠다” “시기는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게 공약인가.
하지만 대선 주자들은 “내신평가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태도다. 상대평가로 할지 절대평가로 할지조차 “거기까지는 논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입을 2, 3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가 보기엔 정말 어쩌겠단 건지 속이 터질 노릇이다.
학생부 전형 확대와 관련해서도 대선 주자들은 민심에 눈감고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 ‘학종은 복불복’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대학의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학생부 작성 자체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교사 개개인의 ‘주관적 서술형 평가’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교사의 질이 균등하게 상향화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학종은 도박이다.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강남에 살든 비강남에 살든, 일반고에 다니든 자사고에 다니든, 1반 학생이 되든, 2반 학생이 되든, 같은 학생이라면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비슷하게 학생부가 작성돼야 하지만 지금 학교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학종의 취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늘릴 거라면 평가의 전권을 갖는 교사 수준부터 상향 평준화되도록 강도 높은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선 주자 누구도 교사에게 ‘손댈’ 엄두를 내지 않았다. 한 대선캠프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 때 교사개혁 말을 잘못 꺼냈다가 선생님들이 들고일어나 아주 난리가 났다”며 “공교육 살리기에 교사개혁이 핵심이란 건 잘 알지만 지금 그 말을 꺼내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