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한 20대 청년이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고향에 내려가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거듭된 낙방에 따른 좌절감에다 고향집에 내려갈 면목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절벽 앞에서 기성세대를 원망하며 ‘헬조선’을 저주하는 숱한 청년들의 자화상 같아 가슴 아프다.
청년이 모험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 이 청년의 죽음을 알린 공시생 사이트에는 “자살을 미화할 수는 없지만 심정만은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공시에 매달리다 다른 기회를 놓치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공시낭인’은 묵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공시생이 정부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공무원학원 밀집 지역인 동작구 마음건강센터가 2014∼15년 수험생과 고시원생의 정신건강을 검진한 결과 70%가 우울증 및 자살 위험군이었다.
공시 쏠림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취업준비생 62만8000명 가운데 40.9%인 25만7000명이 공시 준비를 한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를 합쳐서 한 해 채용인원은 2만2000명에 불과한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공부하면 합격할 것 같은 기분에 재수 삼수 심지어 10수까지 하는 청년들이 나온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공시에 다걸기하는 개인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국가적으로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