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 씨 이야기’서 호흡 맞추는 선우용여-최수종
대본을 꼭 쥐고 있는 선우용여(왼쪽)를 최수종이 다정하게 껴안았다. 선우용여가 “얼마 전에 축구하고 와서 다리에 쥐났지? 무리하면 안 돼”라며 어머니처럼 걱정하자, 최수종은 “잠깐 그랬을 뿐이에요. 괜찮아요”라고 아들이 안심시키듯 답하면서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하늘로…’는 폭력적인 아버지(한갑수)와 갈등을 빚던 종우가 스물다섯 살에 집을 나간 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5년 만에 영정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젊은 시절의 선녀 역은 윤해영이 연기한다.
지난해 뇌경색을 앓았던 선우용여는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일까 봐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투병을 하면서 올봄에는 무조건 연극을 하리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최수종은 “어머니의 대사 분량이 저보다 훨씬 많은데 일찌감치 다 외우셨다”며 거들었다. 선우용여는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채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손에 꼭 쥐고는 “처음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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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많이 배우게 돼요. 다 함께 하나하나 다져가는 과정도 좋고요. 참 설레네요.”(최)
최수종은 모진 삶을 견디면서도 아이들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 선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청취자 사연을 읽다가도 자주 운단다.
“집에서도 아내(하희라)와 TV를 보며 같이 울 때가 많아요. 울다가 서로 휴지를 건네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최) 선우용여는 “마음이 약하고, 때가 안 묻어서 그래요”라며 거들었다.
선녀는 선우용여의 삶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그 역시 결혼 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쉼 없이 연기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그래서일까. 선우용여는 선녀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운 게 마음에 든단다. “돌아보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연기했어요. 이제는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분석하고 소화해서 연기하고 싶어요.”(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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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용여가 “우리 아들, 새로운 연기 많이 해야지”라며 최수종의 등을 토닥였다. 최수종이 눈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5월 6∼21일. 7만7000∼8만8000원. 02-322-206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