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응시 10대, 2년새 48% 늘어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대학생 친구들이 오히려 (고졸인) 저를 부러워해요.”
최근 서울지역 9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김모 주무관(여)은 2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다. 특성화고 출신인 그는 지난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자만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고졸자 경력채용 시험에 지원해 열아홉 나이에 공무원증을 목에 걸었다. 한때 대학생을 꿈꾸던 김 주무관이 진학을 포기한 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이 큰 영향을 끼쳤다. 김 주무관은 “과거에는 대학 졸업장이 취직을 어느 정도 보장했지만 지금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 “취업시장의 불안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대신 공무원시험을 택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대학입시에서 ‘공시’로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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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시험에 뛰어드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24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7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지원자는 22만836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대(18, 19세) 지원자는 3202명으로 2015년(2160명)보다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고졸자 경력채용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14명을 선발한 시험에는 1465명이 지원해 경쟁률 12.9 대 1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5 대 1에 그쳤던 경쟁률이 불과 2년 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 70% 벽 무너진 대학 진학률
일찍부터 공무원시험 준비에 뛰어드는 10대가 늘면서 교육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공무원이 되는 졸업자가 늘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이 늘고, 학교설명회에서 공무원 임용 관련 질문을 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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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학 진학률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자 60만7598명 가운데 69.8%(42만3997명)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률이 70% 밑으로 떨어진 건 2000년(68.0%) 이후 처음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 3명 중 1명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돈을 많이 쓰는 것에 비해 사회에 제대로 진출하는 인원은 적다 보니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공무원시험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10대 공무원’ 생활이 마냥 흡족한 것만은 아니다. 한 고졸 출신 서울시 주무관은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 아직 서툴고 낯설다. 특히 고졸자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히 있다”면서 “주변에서 향후 승진 등을 이유로 대학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기도 해 솔직히 고민은 된다”고 털어놓았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