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獨출신 환경사학자 프랑크 외쾨터 교수
환경사학자 프랑크 외쾨터 영국 버밍엄대 교수가 19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DMZ는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자연보호 구역’으로서 환경사 연구에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 제공
“공해 물질은 국경을 모릅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한국인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하자 외쾨터 교수는 “유럽도 1970, 80년대 이산화황 문제가 국제 이슈로 떠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산화황은 주로 석탄, 석유에 포함된 황화합물이 연소할 때 생긴다. 말하자면 영국의 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긴 이산화황이 스웨덴에 산성비를 내리게 만든 것이다.
외쾨터 교수는 유럽의 대표적 환경사학자인 요아힘 라트카우의 제자로 독일 유수의 대학에서 환경학 교재로 쓰이는 ‘19∼21세기 환경사’를 비롯해 환경사 관련 저서 10여 권을 낸 중견 학자다. 단일 작물 재배(monoculture)가 토양에 미친 영향 등이 주요 연구 주제다. 그는 “많은 전근대 사회는 오늘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자원)의 한계와 불안정성에 대해 많이 느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쾨터 교수의 스승인 라트카우는 저서 ‘자연과 권력’에서 “환경사는 너무 도덕적이 돼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죄의 고백이 돼서도 안 될 것”이라며 환경운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환경사 연구와는 거리를 뒀다. 외쾨터 교수도 “환경사는 진보와 인간의 (자연) 지배에 대한 신화를 해체하려는 학문”이라며 “환경운동과 관심 분야가 비슷하지만 학자들은 정치적 주장을 마냥 받아들이지는 않는다(never fraternize with a political cause)”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서구의 환경사학계는 비서구의 문제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구에서는 환경오염을 특정 기술이나 법의 필요성에 관한 문제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반구에서 이 문제는 차별과 소외라는 커다란 문제의 한 측면입니다.” 먼저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북반구 국가들(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접근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환경 문제가 사회경제적 불만과 결합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환경사는 최근에야 태동하고 있다. 2010년 세계환경사대회가 한국에서 열렸고, 2015년 한국생태환경사학회가 만들어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