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 이색 면접에 절레절레
연세대 재학생 오모 씨(25·여)도 최근 황당한 면접을 치렀다. 당시 면접 과제가 주어진 시간은 밤 12시경. 과제 제출 마감은 다음 날 오전 7시였다. 사실상 잠을 자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이돌그룹을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 오 씨는 “전날 하루 종일 면접 일정이 진행된 탓에 오전 2시가 넘자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자는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면접 같았다”라고 말했다.
○ 역할극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첩첩산중’ 면접
얼마 전 대기업 면접을 치른 채모 씨(27·여)는 “한동안 면접 준비를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면접장에 들어선 채 씨 앞에는 자신을 성희롱하는 상사 및 고객에게 대처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른바 ‘역할극 면접’. 채 씨는 “가상 상황이지만 지원자를 어쩔 수 없을 때까지 몰고 가 결국 두 손 들게 만든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졸업생 한모 씨(29)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17곳 넘는 기업에서 면접을 봤다. 스파게티 면 쌓기 등 기상천외한 미션이 주어진 1박 2일 합숙 면접부터 사회 이슈를 다루는 토론 면접, 정답이 없는 창의성 면접, 난처한 근무 상황을 가정한 역할극 면접 등 당혹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기업들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극심한 취업난에 고스펙을 갖춘 취준생이 몰리면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고르려면 차별화된 선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학원에 과외까지… 돈 있는 취준생만 유리?
본보 기자가 서울 주요 대학의 취준생 20명에게 물으니 절반이 넘는 12명이 채용 시즌에 평균 22만 원을 면접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또 지방에서는 서울로 ‘원정 과외’를 오고 형편이 어려운 취준생은 일반 면접만 진행하는 중소기업으로 지원 눈높이를 낮추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대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면접 프로그램 활용을 당부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취업프로그램과 면접 학원의 강사진이 똑같은 경우가 많고 모두 기업이 제공하는 면접 가이드북을 이용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도 비슷할 것”이라며 “까다로운 면접 전형을 미끼로 취준생을 유혹하는 사교육 시장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