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회식이라도 하는 날엔 종종 택시를 타게 된다. 오고 가는 적막이 어색해 택시 기사분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면, 경주에 대한 속설들을 제법 많이 듣게 된다. 그중 하나는 나를 비롯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적응에 꼭 필요한 말인 듯싶다. “3대가 살아야 경주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이었다. 3대의 삶이란 어림잡아 100년이다. 100년을 잘 살아야 경주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자칫하면 배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말에 대체 ‘경주는 어떤 도시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처음 만난 경주는 천년 고도의 깊이만큼이나 잘 보존된 역사 문화 유적들이다. 그뿐 아니라 매년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경주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몇 주간은 출퇴근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벚꽃길을 지났다. 도심의 지하철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가 있었다. 보통 만개 후 1주일이면 지는 타 지역의 벚꽃과 달리, 경주 벚꽃은 장소마다 피는 시기가 달라 적어도 20일은 벚꽃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장이 위치한 장항리에서 차로 20분쯤 달리면 감포 바닷가에 도착한다.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며 싱싱한 자연산 물회와 전복, 회덮밥을 맛볼 수 있다. 점심 회식으로는 조금 과하다 싶지만 살얼음이 낀 시원한 물회 한입은 때 이른 더위를 잡는다.
―손민지
※필자(34)는 경기 부천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경북 경주로 옮겨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