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고두노프
세트, 조명, 노래, 연기 등이 잘 어우러진 국립오페라단의 ‘보리스 고두노프’. 국립오페라단 제공
17세기 초 이반 4세의 어린 아들 드미트리가 죽임을 당하고 이반 4세의 사촌 고두노프가 왕좌에 오른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나고 고두노프는 망령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는 내용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와 비슷해 러시아판 ‘맥베스’라 불린다.
막이 오르면 압도적인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키릴 문자로 장식된 거대한 삼면의 벽은 위압감을 준다. 특히 황금색 벽면은 황금 궁전인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대한 여러 개의 종, 움직이는 거대 향로, 바닥을 도는 큰 시계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적 밀도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보리스 고두노프 역을 맡은 베이스 미하일 카자코프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리고리로 분한 테너 신상근의 노래는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의 안무도 적절하게 극에 녹아들며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합창단과 연기자가 대거 등장할 때 어수선하게 보이는 것은 아쉽다.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1588-2514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