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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연평도 포격’ 정신적 후유증은 인정 안된다니…

입력 | 2017-04-18 03:00:00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부상을 입고 중사로 전역한 박성요 씨(29)는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박 씨는 포탄이 쏟아지던 참호 속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014년 전역 후 방위산업체에 특채됐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5개월 만에 퇴직했다. 아직까지 환청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했다.

국가보훈처는 장애요건 미비를 이유로 박 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해병대사령부가 전역하는 그에게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고 했기에 실망은 더 컸다. 보훈지청 측이 국가유공자 지정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중앙보훈병원 장애등급 판정 때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허탈함이 더해졌다. 박 씨 가족은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은 최근 ‘(장애)등급기준 미달 판정을 한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행정관례에 따라 판결 2주 만에 항소했다.

박 씨는 17일 “해병대사령부가 전투 중 상해자(傷害者)로 인정했고 법원이 행정처분의 잘못을 지적했는데도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요즘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집 근처 도서관에 다닌다. 용돈 벌이라도 해볼까 싶어 가끔 건설 일용직 인부로 나선다.

박 씨의 아버지(58)는 이런 아들을 불안하게 지켜본다. 자다가 괴성을 지르며 깨기도 했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돼 급한 마음에 112신고를 한 것도 두 번이다. 더욱이 아들이 10여 차례 심리상담을 받은 ‘새꿈마음치유센터’에서 자살 우려를 귀띔했다. 치유센터 관계자는 “박 씨가 지난해 상담소를 홀로 찾아와 고통을 호소했다”며 “포격 피해 후유증이 너무 심각해 무료 상담을 해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무차별 포격을 가할 때 박 씨는 연평도 해병부대 하사였다. 해상 포격훈련 도중 참호 밖에서 잠시 휴식하고 있었다. 그는 급히 3m 떨어진 참호로 뛰어들어갔다. 소대원들이 피를 흘리며 나뒹굴었고 한 병사는 숨져 있었다. 그는 양쪽 허벅지에 포탄 파편이 박힌 채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박 씨는 파편 제거 수술을 받고 이듬해 2월 제주도 해병부대로 이전 배치됐다. 그러나 5개월 뒤 연평도 복무를 자원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1주기 추모식 때에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러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흔을 지우지 못하고 2014년 4월 중사로 전역했다.

보훈처 인천보훈지청 보상실무 관계자는 “박 씨의 정신적 후유증을 소홀히 관리한 부분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