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타고 흐른 꿈결같은 22곡… 역대 팝스타 내한 무대 중 ‘최고’ “세월호 기억하자” 10초 연주중단
잠실벌 뒤흔든 英그룹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15일 밤 5만 관객이 들어찬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통기타와 태극기를 둘러메고 노래하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그는 “세계 최고의 관객이 선사해준 놀라운 밤에 감사한다”고 했다. 현대카드 제공
15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대기실에서 만난 크리스 마틴(40)은 기타 지판이라도 움켜쥐듯 기자의 손을 억세게 쥐고 큰 눈을 더 키우며 인사했다. “크리스라고 합니다.” ‘Don‘t Panic’(2000년)의 첫 멜로디처럼 살짝 먹먹한 미성이었다.
롤링스톤스, U2, 마돈나와 함께 ‘내한한 적 없는 콘서트 빅4’로 꼽힌 콜드플레이의 첫 한국 공연이 15, 16일 밤 두 차례 열렸다. 공연 리허설 뒤 만난 리더 마틴은 “잠실 주경기장 건물이 너무 아름다운 데다 몇 주 만에 화창한 날씨를 만나 흥분에 가득 찼다”며 환히 웃었다.
그는 ‘Fix You’(2005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이자 국내에선 작곡 의도와 상관없이 세월호 추모곡으로도 회자된 발라드다. “노래 시작 전 무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 그 별을 향해 ‘생큐’라고 속삭입니다. 그 별과 영혼이 연결된 기분을 갖고 노래를 시작하죠.”
서울 공연은 본보가 지난해 6월 독점 취재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과 대동소이했다. 역대 팝스타 내한 콘서트 중에선 가장 화려한 무대의 하나였다. 22곡은 꿈결 같은 빛과 레이저, 수만 개의 색종이 분사, 대형 돌출무대, 마틴의 질주나 드럼 연타에 정교하게 맞물린 불꽃놀이를 덧입고 두 시간짜리 ‘시청각 블록버스터’가 됐다. 순간순간 색채의 폭탄이 터지듯 장관을 이뤘다. 5만 관객에게 배포된 발광팔찌는 무선 신호에 따라 색과 명멸 주기를 바꾸며 거대한 빛의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Yellow’ ‘The Scientist’ ‘Fix You’ ‘Viva la Vida’ ‘In My Place’…. 대표곡 다수가 연주됐다. 마틴은 공연 말미 무대 바닥에 펼친 태극기를 향해 무릎 꿇어 키스했다.
마틴은 “때로 이미지나 색채가 작곡에 강한 영감을 준다”고 했다. “음악을 만들면서 (어떻게 들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를테면 ‘Hymn for the Weekend’(2015년) 뮤직비디오 영상은 우리가 노래를 만들 때 느꼈던 그 느낌이죠.”
태극기로 눈을 가린 채 노래한 크리스 마틴. 현대카드 제공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