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보다 약 한 달 전 영국 법원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발생한 롤스로이스사의 뇌물죄 사건 판결을 내렸다. 영국 법원은 롤스로이스를 ‘영국 산업의 보석’으로 서술하면서 중대부정수사국(Serious Fraud Office)이 결정한 671만 파운드의 벌금 부과와 기소유예 처분을 수용했다.
이렇게 다른 수사 결과를 보면서 만약 이 사건을 인공지능(AI)이 맡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작년 3월 열린 알파고와 프로 기사(棋士) 이세돌 간의 바둑 대결은 기계가 사람을 이긴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5번의 대국 중 4차례나 AI 기사가 불계승을 거뒀다. 그에 앞서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퀴즈의 달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IBM은 왓슨의 첨단 분석 능력을 헬스케어 분야에 도입하여 상용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사가 놓친 의료영상물의 병인(病因)을 왓슨이 판독해 내는 쾌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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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법조인을 AI가 대체하게 된다면, 한쪽은 사건의 피해자로 보고 다른 쪽은 뇌물죄의 피의자로 본 사건을 어떻게 분석하고 판단할까. AI는 수사하는 사람의 감성적 요소나 외부적 영향이 없을 것이고, 형사사법기관의 인지적이고 목적적인 의식을 배제하고 사건을 들여다볼 것이기에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흐려지는 것을 막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고, 정치의 난맥과 소집단적 폐단을 막기 위해 법치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법의 고지식한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고지식한 법의 언어가 사람에 의해 해석 적용되면서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는 것이 이상적인 법치의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국가 경제의 4분의 1 내외를 담당하고 영업성과의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 대표를 포승줄에 수갑 채운 모습으로 세계 언론 앞에 세우고, 다른 쪽에서는 자국 산업의 보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벌금형과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한국의 사법기관은 자국 기업의 이미지 저하는 사법적 판단의 몫이 아니라고 보았고, 영국 사법기관은 처벌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자국 기축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유의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신민족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에 국가 경제를 받치고 있는 기업을 대하는 영국과 한국 사법기관의 시각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올까. 구속된 기업인 사진과 함께 한국 경제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연민을 표한 미국 유력 일간지의 기사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사건을 AI가 분석 판단한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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