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들 사이 봄놀이 대세로
덕수궁 내 봄꽃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석어당 전경. 이곳은 임진왜란으로 피란을 갔던 선조가 돌아와 임시로 정치를 행했던 곳으로, 봄마다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펴 ‘고꽃놀이’ 인기 장소 중 하나다. 문화재청 제공
벚꽃, 개나리, 목련 등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최근 꽃놀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조선시대 건축물인 고궁과 벚꽃, 매화, 생강나무 꽃, 산수유 꽃 등 다양한 봄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궁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궁 꽃놀이는 ‘고꽃놀이’로 통한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에서 꽃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새로운 놀이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찾아 봄꽃을 즐기는 네 살배기 어린이(위 사진)와 창경궁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큰 호응을 얻은 이지현 씨.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나이 든 어르신들도 아닌데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고꽃놀이’가 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최근 덕수궁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꽃놀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대학생 이지영 씨(22)는 “꽃보다 인파에 치이는 여의도나 경남 진해 등 유명한 벚꽃 명소보다는 고궁에서 한적하게 각종 봄꽃을 즐기는 게 최근 트렌드”라며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으면 마치 내가 조선시대로 돌아가 궁에서 봄을 만끽하는 특별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지현 씨(20)는 전통 건축물과 봄꽃의 조화를 고꽃놀이의 매력으로 꼽았다. “고궁에 심어진 나무들은 관리도 잘돼 있고, 오랜 시간 자라 세월의 흔적까지 있어 사진 찍기 좋습니다. 특히 봄꽃 구경과 역사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요즘 친구들 사이에 인기예요.”
고꽃놀이는 20대 젊은 여성뿐 아니라 어린 자녀를 둔 3040세대에서도 인기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심은미 씨(33)는 최근 네 살배기 딸과 창덕궁에서 꽃놀이를 즐겼다. 그는 딸에게 한복을 입혀 딸이 꽃밭을 뛰어다니거나 꽃 향을 맡고 있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팔로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빨리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창덕궁”이라며 “창덕궁 매화는 예쁜 걸로 워낙 유명해 아이와 추억을 쌓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