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내년 7월부터 적용될 개편안은 소득이 없어도 나이, 성별 등에 부과되는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자동차보험료를 50% 이상 면제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럼에도 일부 이견이 제기되는데,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득에만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부의 보유 형태가 주로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주택 임차료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건강보험료도 소득에만 부과한다면 고액 재산가의 과소부담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실거래가가 15억 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에게 연 3900만 원의 임대소득이 생겨도, 이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이런 개편에 누가 손을 들어 주겠는가. 재산에 대한 부과 폐지는 임대소득 등 과세 대상 확대와 연계될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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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정부가 그동안 소득파악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를 더 보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1단계를 4년간 시행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소득 파악 인프라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도 직장·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비중이 ‘80 대 20’인데, 2단계 개편이 되면 ‘90 대 10’으로 간극이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직장 보험료 비중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소득 중심의 부과를 위해선 분리과세소득에 대한 부과 방안, 사업소득의 필요 경비 인정제도 개선, 고액 재산가에 대한 적정 부과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건강보험 개편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여 선택한 결과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