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운동과 공부에 있어 이분법적인 사고가 여전히 존재한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일반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식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운동선수도 공부를 하고 일반 학생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무감각한 사람이 많다. 아직 ‘운동 기계’는 물론 학원가를 정처 없이 떠도는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운동과 공부는 따로 뗄 수 없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들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7년 3월 26일자로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란 커버스토리를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쓴 ‘스파크(Spark)’란 책을 토대로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각종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파크에는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뇌에서 유래한 신경 성장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나온다는 결과물들이 즐비했다. 레이티 교수는 “운동을 해야 머리도 좋아지고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명문 사학들은 스포츠를 중시한다. 세계적인 리더를 키운다고 표방한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았던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학교의 공통된 인식이다. 리더는 최소한 이런 기본 인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공부하는 학생은 속칭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만 잘하면 성공했다. 최근 창의적이고 리더십 있는 인재가 줄고 있는 이유에 대해 특정 과목만의 성적으로 줄 세우기 하는 후진적인 교육 시스템 탓이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기며 공부도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우리나라에선 요원한 일일까.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