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흥보씨’
창극 ‘흥보씨’에서 흥보(왼쪽)와 외계인이 만나 손가락을 맞대는 장면. 국립극장 제공
흥보(김준수)는 자식이 없던 연생원(김학용)이 양자로 들인 장남이고, 동생 놀보(최호성)는 연생원의 아내가 외간 남자와 통정해 낳은 차남이다. 흥보가 도와준 제비(유태평양)는 외로운 아녀자들을 위로(?)해주는 춤꾼이다. 외계인도 등장한다. 기존 요소를 살짝살짝 비틀거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잘 알려진 이야기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극을 관통하는 철학은 ‘비움’이다. 가난을 텅 빈 충만으로 받아들이는 흥보는 구도자를 연상시킨다. 그리스도, 석가모니의 이미지도 덧입혔다. 다만 후반부에 흥보가 놀보를 위해 가혹한 희생을 자처한 설정은 선함을 지나치게 증폭시켜 극의 힘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준다. 기둥 줄거리 자체가 ‘권선징악’을 충분히 웅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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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