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좌투수가 위기 때도 자신 있게 한 가운데 직구를 꽂아 넣은 게 이상훈 원장님 이후 얼마만인가요. ㅠㅠ.”
4일 LG와 삼성과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LG팬이 감격에 차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 창에 올린 댓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LG로 이적해 이날 선발로 등판한 차우찬(30)은 6.1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8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시원하게 꽂아 넣는 직구는 LG 팬들에게는 1990년대 최고의 왼손 투수였던 ‘야생마’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 원장을 떠올리게 했다.
전문가들도 차우찬이 이날 군더더기 없는 투구 폼, 직구 위주의 자신 있는 공 배합과 짧은 투구 간격을 살려 저돌적으로 타자를 압도한 것이 이 원장의 전성기 시절과 매우 닮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1993년 이 원장과 동기로 LG에 입단해 포수로 오래 호흡을 맞췄던 김정민 LG 배터리 코치도 차우찬을 눈여겨봤다. 그는 “이 원장은 공 배합과 속도 조절로 타자를 상대하기 보다는 타자가 아예 못 따라오는 직구로 타자를 제압하며 희열을 느꼈던 스타일이다. 여기에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타자들을 요리했다”고 회상했다. 차우찬이 이적 첫 경기에서 ‘이상훈 스타일’을 보여줘 놀랐다는 김 코치의 분석이다.
차우찬은 “어릴 때 봤던 이 원장님의 직구는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헛스윙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감히 나하고 비교할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이 원장은 “지금처럼만 하면 LG 팬들에게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차우찬의 직구로 ‘야생마’를 되새기는 LG팬들의 추억 여행이 시작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