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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철수 급부상… 보수 洪·劉후보 위기다

입력 | 2017-04-03 00:00:00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서울·인천 경선에서 86.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1일 경기 경선에서 77.4%의 득표를 올린 데 이어 내리 6연승을 하면서 압도적인 1위 자리에 올랐다. 안 전 대표의 누적득표율은 71.9%다. 4일 충청 경선이 남아있지만 수도권 압승으로 사실상 국민의당 후보가 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후보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4.6%)에 이어 안 전 대표가 22.3%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12.2%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논의에 불을 지피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영입하겠다며 보수층에 다가서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보수층의 표심까지 얻으면서 파죽지세(破竹之勢)를 보이고 있지만 보수 후보들은 상호 비방전에 매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어제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를 향해 “어린애처럼 응석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한국당이 대법원 재판을 앞둔 ‘형사 피의자’를 대선후보로 선출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당 해체를 촉구했다. 지난달 28∼30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지지율 4%인 홍 후보와 2%인 유 후보가 치고받는 모습은 씁쓸하다.

홍 후보는 지난달 31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돈도 백도 통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정의로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때는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며 폐족(廢族·벼슬할 수 없는 족속)이 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감싼다. ‘보수혁신’ 깃발을 내세워 당을 박차고 나간 바른정당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 후보는 ‘우리가 진짜 보수’라며 한국당과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권자들은 잘 모른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 가치를 대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보수 후보들은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나라’를 생각하는 정신으로 자신부터 혁신해야 한다. 자기희생과 당 개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대선 완주를 보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