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싸고 기싸움 메이 “협상 실패땐 안보협력 약화”… 英 의존도 높은 발칸국가 공략 EU “군사-정보력으로 노골적 협박”… 메르켈, 英의 동시협상 요청 거절
○ 영국 “유로폴도 탈퇴” vs EU “생명으로 장난치나”
메이 총리는 투스크 의장에게 보낸 탈퇴 통보 서한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범죄와 테러 등 안보 협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논쟁을 점화했다. 메이는 서한에서 ‘안보(security)’라는 단어를 11번이나 사용했다.
메이는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의 정보 공유와 EU 경찰 조직인 유로폴 협력은 협상 패키지 중 일부가 될 것”이라며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 회원국들에 전과 같이 정보 접근을 허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영국은 유로폴의 최대 기여국이며 우리가 떠난다면 우리 정보도 다 빼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장관은 30일 “안보로 EU를 협박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협상에 실패해도 안보 협력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뺐다.
○ EU 온건파, 안보·무역 중시 vs 강경파, 시민 권리·예산 중시
영국 정부가 안보를 협상 카드로 들고 나온 건 EU 27개국 회원마다 서로 다른 속내를 파고들어 균열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에 임하는 각국의 속내는 온도 차가 크다.
벨기에는 최근 잇따르는 테러와 관련해 MI5 등 영국 정보기관 의존도가 크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영국과 부드러운 협상을 원한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직면한 에스토니아 등 발칸 반도 국가들도 유럽 최대 군사대국 영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 국가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소속된 영국군이 파견돼 있다. 영국의 중요 무역 파트너인 스페인과 벨기에는 내심 최대한 빨리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무역 협상에 착수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 관계를 어떻게 끊어낼지를 명확하게 한 뒤에 우리의 미래 관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선(先)이혼, 후(後)무역협정 입장을 명확히 하며 메이의 동시 협상 요청을 거절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