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에 이어 어제 충청 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47.8%의 지지를 얻어 안희정 충남도지사(36.7%)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15.3%)의 득표율을 뛰어넘었다. 안 지사의 텃밭인 충청에서도 문 전 대표가 승리함으로써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31일 영남권에 이어 다음 달 3일 마지막 경선지인 수도권 경선 결과가 남아 있지만 결선투표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어제 경선 승리 후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 압도적인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본선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남아 있는 두 개 권역의 선거인단 수가 전체의 74%나 된다. 충청 경선에서 2위를 한 안 지사도 “게임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갈 길은 멀다. 호남과 충청 경선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에게 투표한 비율이 44.1%나 된다. 이들 비문(비문재인) 표심이 얼마나 이탈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국갤럽의 3월 셋째 주(3월 14∼16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50%로 ‘호감’(47%)보다 더 많다.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문 전 대표지만 아직 지지율 40%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호남에 이어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내리 압승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부상한 것도 문 전 대표에겐 도전이다. 안 전 대표는 경선 승리 후 지지율이 급등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만 문 전 대표 지지율은 별 변화가 없다.
경선에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선거에 치중했던 문 전 대표는 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전체 국민을 향한 통합과 포용, 타협의 메시지를 발신하길 바란다. 민주당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문 전 대표가 본선 경쟁력이 약할 것이라는 판단이 되면 결선투표를 통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 당 경선을 깨끗한 축제로 만들어야 설사 이번엔 지더라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