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폭주/마루야마 겐지 지음·김난주 옮김/488쪽·1만6500원·바다출판사
서른 전후, 젊은 시절의 마루야마 겐지(74)는 말한다. “포장된 길을 달려서는 들끓는 피를 잠재울 수 없다”고. 그에게 ‘질주’는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프로드 바이크와 사륜구동차를 끌고 호주의 사막을 내달린다. 그에게 모터사이클은 과시하고 허세 부리는 수단이 아니다. 글을 쓰며 쌓인 정신적인 피로와 긴장감을 덜어내는 하나의 의식이자 인간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수단이다.
거친 길을 무작정 달리면서 작가는 내가 누구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 세상은 어떤 곳인지 탐구한다. 탐구의 결과물은 현학적인 언어가 아닌 진솔한 언어로 정리된다.
거친 자연 속에서 빠르게 내달리던 작가는 고요한 노르웨이를 찾아가거나, 소설을 쓰기 위해 무작정 대형 유조선에 올라타기도 한다. 단지 책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왜 책을 쓰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한계까지 거칠게 몰아붙이는 여행을 통해 작가는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부딪쳐야 하고 장애물도 수없이 이겨 나가야 한다. 이미지만으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