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장
23일 더불어민주당에는 전날 벌어진 경선 첫 현장 투표 결과 유출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수습에 나선 가운데 각 주자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네거티브 공방’에 투표 결과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 조사 결과 따라 ‘2차 후폭풍’ 우려도
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양승조 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떠도는 개표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면서도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순회 투표에서는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 유출이 예고된 개표 시스템
민주당 경선은 현장 투표와 ARS 투표로 실시된다. 22일 전국 250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 현장 투표는 현장 투표를 신청한 일반 선거인단 약 11만 명과 자동으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권리당원 등 2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투표에는 5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개표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초 경선 규칙을 정하면서 “유출 우려가 있으니 순회 경선일에 개표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 선관위는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투표소별로 즉시 개표를 결정했다. 개표는 당에서 파견한 참관인과 각 캠프의 참관인이 지켜보도록 했다. 참관인들에게 보안서약서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 개표가 시작되자 각 캠프에는 참관인들이 보고한 개표 결과가 속속 집계됐다. 오후 6시 30분 무렵에는 “1위 후보가 크게 앞섰다” “2위와 3위 순위가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일부 지역의 개표 결과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오후 8시 30분경 안규백 사무총장 명의로 “투표 결과 유포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절대 유통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공지가 나왔지만 확산은 더 빨라졌다. 밤사이에는 아예 전국 권역별 투표율과 후보별 득표율이 담긴 취합본까지 유출됐다.
각 주자 캠프는 일제히 “우리가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유출을 하려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예상했던 수준의 득표를 한 것으로 짐작해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며 “개표를 먼저 한다면 결과를 발표해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 측과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유출 사실에 강하게 반발하며 문 전 대표 측을 의심했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결과를 유출해 순회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격분했다. 안 지사 측은 자료 작성자와 유포자 확인을 위한 수사 의뢰를 당 선관위에 요청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22일 저녁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인사들이 개표 결과 일부를 올렸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과 이 시장 측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도 요구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심각한 사고에 추 대표가 말 한마디 없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선 관리 부실의 위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준비를 이유로 ARS 및 순회 투표 관리를 맡지 않기로 해 당 주관으로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경선 투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