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왕위 주장자들’ 연출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장
선 굵고 강한 작품을 많이 선보인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은 낯선 곳에 혼자 가는 게 두렵다며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앙코르와트를 보러 캄보디아에 진짜 가고 싶은데 아직 못 갔다. 패키지여행으로 가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는 2014년 11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입센의 ‘사회의 기둥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둘 다 우연의 일치예요. ‘사회…’는 공연을 2013년에 결정했고, ‘왕위…’는 2015년 서울시극단장을 맡은 후 계획했어요. 올해 대선이 있다는 걸 1%도 고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연말과는 시간차가 나잖아요. 봄에 대선을 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왕위를 확신하는 호콘왕과 6년간 섭정하며 왕국이 자신의 것이라 믿는 스쿨레 백작은 맹렬하게 충돌한다. 니콜라스 주교는 스쿨레 백작의 욕망과 의심을 부추기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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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시저’, ‘그게 아닌데’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는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어온 스타 연출가는 고뇌하고 있었다. 그는 “스타 연출가란 말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심리를 깊숙한 부분까지 끄집어내는 게 만만치 않아요. 절망과 환란의 시대에 권력자들은 희망을 제시하는데, 그게 모든 이가 바라는 진정한 희망인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싶고요.”
집에 가면 곧바로 쓰러져 자느라 유일한 취미인 영화도 못 보고 있다고 한다. 한 달 전, ‘왕위…’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라스트 킹’을 본 게 마지막이란다. 그는 대선 주자들이 이 작품을 꼭 보기를 희망했다.
“극중 상황을 대선 주자들도 실제 겪게 되지 않을까요. 왕권을 쟁취할 자격이 있는지,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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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과 재정 자립도 등 책임질 게 많아요. 작품별로 에너지가 2, 3배는 더 소모되는 것 같아요. 몸무게가 4kg 정도 빠졌어요.”
그가 부임한 후 서울시극단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관객들의 호응도 커졌다. ‘침체된 서울시극단에 숨결을 불어넣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시킨 셈이다. 하지만 그는 연출가로서 진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광보표 연극’이라는 게 고인 물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러시아의 유명 연출가인 레프 도딘을 보면 그 통찰력에 감탄하게 돼요. 제 ‘욕망’은 ‘김광보가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말을 듣는 겁니다.”
유성주 김주헌 유연수 이창직 강신구 등 출연, 31일∼4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99-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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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작품
▽ 줄리어스 시저
▽ 나는 형제다
▽ 여우인간
▽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 그게 아닌데
▽ 프로즌
▽ 사회의 기둥들
▽ 스테디 레인 ‘동토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