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우리 선수-트랙에 안맞고 문제점 발견시 즉각 개선도 어려워 “현대차 개발중인 한국형 썰매, 적응 마치면 결과 달라질 것”
지난해 11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북아메리카컵 봅슬레이 4인승에서 국산 썰매를 타고 은메달을 목에 건 원윤종-김진수-전정린-오제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제공
2015∼2016시즌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세계 랭킹 1위였던 원윤종-서영우 조는 2016∼2017 시즌에는 1차 월드컵 동메달을 빼곤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주 안방인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제8차 대회에서도 5위에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은 2016∼2017시즌 8번의 월드컵과 1번의 세계선수권대회 등 총 9번의 대회에서 7번을 라트비아산 봅슬레이를 타고 나섰다. 국산 썰매를 타고 출전한 두 대회에서는 유독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제7차 월드컵 대회에서 국산 썰매를 썼으나 11위에 그쳤고, 세계선수권에서는 21위까지 처지며 결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러자 다시 라트비아산으로 갈아타고 시즌을 마쳤다. 팬들 사이에서는 ‘괜히 잘 타던 외국 썰매를 놔두고 국산 썰매에 적응하려 애쓰던 게 부작용이 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결론은 다시 국산 썰매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총감독은 “기존 썰매로 경쟁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독일과 라트비아, 미국, 스위스같이 썰매를 제작해 쓰는 경쟁국들은 모두 지난 시즌보다 썰매가 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됐다. 익숙하다고 해서 우리만 그대로 있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썰매를 계속 자체 개발하지 않고 수입해서 쓸 경우 다른 나라의 특성에 맞춘 기존 제품을 쓰게 된다. 우리 선수의 특성에 맞지 않고 제품 자체도 기존 제품이기 때문에 기술력에서도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훈련이나 대회 출전 때 불편한 점을 곧바로 개선할 수도 없다. 썰매 강국들이 자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썰매를 타는 이유다. 특히 한국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트랙에 맞는 썰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는 “원윤종-서영우 조가 2015∼2016시즌 1위를 했던 것은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상대 국가들이 순위보다는 새로 개발한 썰매에 적응하며 자신들을 업그레이드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 차례다”고 말했다.
한국 썰매는 2014년부터 현대차가 개발하고 있다. 평창 트랙이 완공된 지금은 개선의 여지가 더 많다. 평창 트랙에서 우리 대표팀에 적합한 최적의 코스 라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