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그러다가 얼마 후 우리 집을 떠나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식구들은 본래부터 고양이를 예뻐하였기 때문에 먹을 것을 많이 주어 배고프지 않게 하였다. 또 쥐도 많아서 사냥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므로, 마침내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집에서는 착한 짐승 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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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양이는 필시 가난한 집에서 자랐을 것이다.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도둑질을 했으니 내쫓긴 것이다.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는 우리도 본래의 성품은 모른 채 그저 도둑고양이로만 대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도둑질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사냥을 잘하는 재주가 있다 해도 누가 그것을 알아주겠는가.
그가 올바른 주인을 만나고 나서야 어진 본성이 드러나고 재주 또한 제대로 쓰게 되었다. 만약 도둑질할 때 잡아서 죽여 버렸다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아! 사람은 때를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데, 저 짐승도 또한 그러한 이치가 있도다(嗚呼! 人有遇不遇, 物亦有然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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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