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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대선 바람에 표류하는 방사성 폐기물

입력 | 2017-03-21 03:00:00


박민우·경제부

대선 주자들이 너도나도 탈핵, 탈원자력발전소를 외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도 대선 주자들의 주장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월성 원전이 있는 경북 경주시에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2월에 원전 재난영화인 ‘판도라’가 개봉된 뒤 국민의 경각심도 커졌다.

올 2월에는 법원이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도 내렸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대선 주자들은 원자력을 부정하는 수준의 공약을 내걸 정도다.

하지만 정작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논의는 실종 상태다.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아직 검토하기 이르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된 채 표류 상태다. 5월 대선이 끝나야 법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1만4000t에 이르는 고준위 방폐물은 지금도 원전 내 임시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월성 원전은 2019년, 한빛과 고리 원전은 2024년이면 저장 공간이 차게 된다. 한울과 신월성 원전도 2037년, 2038년쯤이면 포화된다.

올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빨라야 2053년에 가서야 영구처분시설이 가동될 수 있다. 영구처분시설은 용지 선정에만 최소 12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만약 용지 선정이 늦어지면 원전 내 추가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하는데 그만큼 안전 관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스위스는 원전 가동 전면 중단 시점을 2050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기는 법안을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시켰다. 원전 중단이 가져올 전력 부족 문제와 전력 생산 비용 증가를 고민한 결과였다.

이제 한국의 대선 주자들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탈핵을 논의하기에 앞서 사용 후 핵연료 처리부터 공론화하는 게 순서다. 탈핵이 언젠가 이뤄야 할 꿈이라면,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후대를 위해 당장 처리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