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배달의 고급화’ 경쟁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본점 수입 캐주얼 브랜드 편집숍 ‘폼 더 스토어’에서 직원들이 ‘더한섬닷컴’을 통해 주문이 들어온 의류를 포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규격의 상자를 이용하고 포장재를 고급화해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최근 국내 유통업체들이 배송 서비스의 고급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배송 서비스의 경쟁 포인트는 무료 배송으로 대변되는 가격 경쟁이나 당일 혹은 익일(다음 날) 배송이라는 속도 경쟁뿐이었다. 이제는 고객들의 기분까지 배려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고가일수록 고급스럽게
더한섬닷컴은 제품을 배송할 때 6가지 규격의 상자를 이용한다. 제품 크기에 딱 맞추기 위해서다. 선물 포장처럼 안쪽과 바깥쪽 상자를 다른 재질로 만들고 리본까지 묶어 배송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고객 대상으로 현재 택배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고객들은 ‘꼼꼼한 포장은 좋지만 좀 더 실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보내왔다. 더한섬닷컴은 이 결과를 반영해 올해 2월부터는 택배 상자 크기를 이전의 3분의 2 정도로 줄였다. 좀 더 가벼운 재질의 상자도 개발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 ‘SI빌리지닷컴’도 별도로 제작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 10만 원 이상 제품을 구입할 경우 비닐이 아니라 더스트백(천으로 된 의류 및 가방 보관용 주머니)에 넣어 보내준다. 제품을 구입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힌 ‘감사 카드’도 동봉한다.
여유정 한섬 온라인비즈니스팀장은 “최근에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져 배송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받아보는 순간의 만족도는 포장과 서비스의 질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 빠른 배송은 기본, 만족도가 중요
서비스 고급화 움직임이 패션 분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온라인몰 주문 고객에게 ‘안녕히 다녀오셨어요?’라는 문구를 넣은 봉투에 제품을 담아 배송하고 있다. 퇴근하고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보게 될 고객의 기분을 고려한 아이디어다.
GS홈쇼핑은 홈쇼핑과 자사 온라인몰 GS샵 고객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을 맡는 전담배송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동일한 택배기사가 항상 방문하도록 해 고객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고객으로서는 집에 없을 때 택배를 보관할 장소를 매번 설명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전담배송원은 GS홈쇼핑이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닌 GS샵에 입점한 협력업체 제품까지 배달을 책임진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