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이제 대선 일정이 확정된 만큼 본게임이 시작됐다. 지난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각 후보에 대해 보다 세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과거와 같이 참모진이 준비한 대본을 읽는 수준의 토론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송곳 같은 질문을 통해 누가 ‘준비된 후보’인지 가려낼 수 있는 치열한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요즘 기업들의 신입사원 면접만 해도 지원자의 전문성, 도덕성,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물며 일국의 수장을 뽑는 면접일진대 그보다는 더 치밀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토론의 주제다. 대선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국가가 직면한 당면 현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선 주자 관련 토론회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지난 17, 18대 선거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기껏해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나 보호무역주의 대응 정도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질문이 거대담론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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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이 당장 실행 방안과 재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면 집권 후 정책의 융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제 정책이라기보다는 ‘경제 철학’에 가까운 추상적 공약으로 실현 가능성 및 실효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토론이 수박 겉핥기가 된 또 다른 이유는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매체마다 비슷한 토론회를 반복하기보다 안보, 경제, 교육 등 국정 현안별로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것이 후보들의 식견을 평가하고 차별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난국 속에 국정을 펼쳐야 한다. 외교나 안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장 발등의 불인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주변 강대국이 한국을 코너로 몰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경제 철학이나 전략만 얘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재 상황은 이론에 능통한 전략가보다는 현안을 해결하는 실무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보 검증이 더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