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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불량품 걸러냈더니… 유제품 생산량 10% 늘어

입력 | 2017-03-17 03:00:00

[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2> 성장의 돌파구 ‘빅데이터’




▲ 충북 청양군 매일유업 청양공장은 불량품 검사 오류를 줄이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13일 기자(왼쪽)가 현장을 찾았을 때 공장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류 이미지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으로 오류를 걸러내자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제공

푸른빛을 내는 카메라 렌즈 밑으로 매일유업의 컵커피 ‘바리스타 룰스’가 1초에 4개꼴로 지나가고 있었다. 13일 충남 청양군 매일유업 청양공장의 바리스타 제조 공정 중 한 곳에 섰다. 빨대까지 부착된 제품이 박스 포장되기 직전, 유통기한이 제대로 표시됐는지, 빨대가 제자리에 붙어 있는지 검사하는 단계다.

▲ 매일유업 ‘바리스타 룰스' 제품의 유통기한 표시 불량품 검사 화면. 플라스틱 뚜껑 빨대 구멍 부분이 유통기한 표시 부분과 겹쳐 오류를 일으켰지만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활용해 오류를 줄였다.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은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제품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는 유통기한이 제대로 찍혔는지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다. 카메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정상인 것도 불량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통기한이 찍힌 위치 바로 위로 플라스틱 뚜껑의 빨대 구멍이나 ‘재활용 가능’ 표시가 겹치면 사람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기계는 오류로 인식했던 것이다. 불량으로 판정되는 제품이 하루 평균 311개가 나왔는데, 이 중 실제 불량은 6%인 21개 정도였다.

매일유업의 해법은 ‘빅데이터’였다. 카메라가 불량으로 잘못 인식한 사례를 계속 수집해 컴퓨터가 그 이미지로 딥러닝을 하게 했다. 그러자 정확도가 97%까지 올랐다.

매일유업은 이제 원재료 및 청소용제 투입 등 공정의 단계마다 빅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적용한 뒤 생산량이 10.1% 올랐는데 전력사용량은 고작 1.5%만 늘었고 용수사용량은 오히려 3.7% 줄었다.

첨단 정보기술(IT)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제품 생산에서 빅데이터가 큰 효과를 낸 매일유업의 사례는 빅데이터가 어디서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알아챈 기업들은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빅데이터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 제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분야 제한 없이 활용

전통적 제조업인 조선업도 빅데이터 적용을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7개월간 조선업 빅데이터 전략 모델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파이프 형태의 배관재 공급 및 설치 관리에 적용하고 있다.

조선업에서는 한 자재를 설치한 후에야 다른 자재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재 입고가 지연되면 전체 공정이 지연된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 삼성중공업은 배관재 제작 공정을 분석하고, 공급업체별 제작가능 물량과 소요시간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관재 납기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제작업체에 물량을 배정해야 하는지, 적기 제작이 불가능한 배관재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설치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줄어들고 있다.

빅데이터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곳은 스타트업들이다. 남성 맞춤 정장 스타트업인 ‘스트라입스’는 고객 5만여 명의 신체치수 데이터가 큰 자산이다. 한국 남성의 체형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재단 패턴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게 됐고, 불량 및 불만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성복 셔츠와 맞춤 셔츠의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는 ‘세그먼트 셔츠’ 상품도 준비할 수 있었다.

서종훈 스트라입스 마케팅&개발 그룹장은 “당초 20, 3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40, 50대 고객들로부터 많은 매출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정보를 반영해 브랜드 전략도 새로 짜는 중”이라고 밝혔다.

TV-커머스 업체인 ‘더블유쇼핑’은 방송 편성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이 업체는 특정시간에 하나의 상품을 쇼호스트가 방송을 통해 소개 및 판매하고 있다. 방송 편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크게 달라지는데 지금까지는 편성담당자의 경험과 직관에 많이 의존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판매 이력, 날씨 정보 등을 딥러닝으로 학습해 상품별 시간대별 매출을 뽑아 최적화된 편성을 추천받고, 편성담당자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편성을 결정한다. 김덕중 더블유쇼핑 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직감에 의존하다보니 편성담당자별 편차가 컸고, 특히 담당자가 휴가나 이직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큰 문제가 됐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판단하면서 개인별 편차가 줄고 안정적인 편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풀 이용자들을 매칭해주는 스타트업 ‘풀러스’는 카풀을 제공하려는 사람(운전자)과 이용자(탑승자)가 서로 원하는 시간대가 달라 빅데이터 연구를 시작했다. 풀러스는 13일 ‘풀러스 교통 문화 연구소’를 개소하고 지금까지 누적된 카풀 매칭 현황과 이용 시간, 지역, 교통량, 이동 동선 등 다양한 통근 데이터를 토대로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데이터별 적용 법규 다르고, 인력 구하기 힘들어

빅데이터가 곳곳에 쓰이고 있지만 기술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빅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는 없다. 기업들은 따라야 할 법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간 융합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KT와 BC카드는 같은 그룹 내에 있는데도 KT 고객들의 위치 및 통신 데이터와 BC카드 고객들의 카드이용 데이터를 융합하기 어렵다. KT는 정보통신망법, BC카드는 신용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는 모여야 효과가 큰데, 현재 서로 다른 법인의 데이터를 모으려면 따로 고객 동의가 필요한 데다 어느 수준까지 공유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직 법적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스타트업들은 전문가를 구하고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 그룹장은 “스타트업으로 오려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많지 않아 사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직접 해보니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으로 했다가는 일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빅데이터가 유용하긴 하지만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부분은 늘 있다”며 “데이터 맹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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