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어장/이일훈 지음/352쪽·1만5000원·서해문집
가령 건물의 벽에 찍힌 ‘건물주’란 간단한 단어에선 어렸을 적 친구들과 나눴던 장래 희망을 떠올린다. 선생님, 과학자,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던 오래된 시절 아이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건물주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단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나.
‘이곳에 주차 시 경인조치합니다’란 안내문이 있다. ‘경인조치’가 견인조치를 잘못 쓴 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저자는 ‘경인’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본다. ‘경인(京人): 서울 사람. 이곳에 주차하면 서울 사람이 된다는 말인가’ ‘경인(經印): 도장을 찍음. 이곳에 주차하면 차에 무슨 도장을 찍겠다는 말인가’ ‘경인(庚寅). 갑자, 을축, 병인 등 육십갑자. 이곳에 주차하면 경인생 팔자로 바뀐단 말인가’…. “잘못 쓴 글자 하나가 사전을 찾게 하니 나름 글자 구실 한번 한 셈”이라는 작가의 얘기에선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컸던 서울시 도시브랜드 ‘I·SEOUL·U’, 저자 역시 아무리 봐도 무슨 말인지 모호하다면서 ‘너와 나의 서울’이라고 설명하지만 ‘나는 나, 서울은 서울, 너는 너’라고도 읽히지 않느냐고 비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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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