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계약에 속수무책
경기 파주시 한 아웃렛의 롯데리아 매장에 설치된 무인계산기. 신규매장 오픈 시 반드시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아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파주=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당초 A 씨가 계약을 맺으려 할 때 프랜차이즈 본사가 제시한 초기 예상 비용은 2억9000만 원. 하지만 개장일이 정해진 뒤 패키지로 온 집기에는 반드시 들어 있을 것으로 여겼던 조립식 냉동창고와 조명이 없었다. 본사 측은 “냉동창고는 추가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계약 단계에서는 말하지 않은 추가 비용이 6000여만 원이나 들어갔지만 이미 대출까지 받은 상황에서 그만둘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초부터는 A 씨가 입점한 B동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A동의 본사 직영점이 햄버거 세트를 2000원 이상 싸게 팔기 시작했다. A 씨는 “가맹점은 로열티로 매출의 15%가량을 본사에 낸다. 로열티를 내지 않는 직영점이 제품 가격을 내리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며 “한정된 상권에서 가맹점을 죽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결국 불공정거래 상담을 해 주는 서울시 ‘눈물 그만 상담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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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눈물 그만 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주를 상담한 205건 가운데 본사가 원자재를 제공하며 폭리를 취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까지 강매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본사는 가맹점을 내려는 장소 근처 10개 지점의 위치와 평균 매출액을 점주에게 공지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강제집행권이 없어 피해자들에게 법적인 상담을 해 주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가 억울하다 해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장 개장 예상 비용이나 예상 매출액이란 말 그대로 예상일 뿐”이라고 발뺌하면 구제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받아 매장을 열었을 경우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서울시는 경제 민주화 도시를 목표로 업종별 모범 상생 협약안 마련, 공정거래 프랜차이즈 인증제를 통해 업계의 자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