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계절 요인에 조선업 구조조정 겹쳐 324조로 석달새 9조3000억 줄어… 서비스업은 12조7000억 늘어
지난해 4분기(10∼12월) 은행 등 금융권이 기업 대출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대출이 직전 분기보다 9조3000억 원 줄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산업계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985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말보다 9000억 원(0.1%)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12년 4분기(―7조8000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 대출은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 수신을 하는 금융회사가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빌려준 자금을 말한다. 대출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조이고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조선업이 포함돼 있는 기타 운송장비 분야에서 가장 많은 4조9000억 원이 줄었다.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1조2000억 원), 1차 금속(―1조1000억 원)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대출액이 감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말엔 기업들이 회계 마감을 앞두고 부채를 상환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해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대출금 중 상당 부분을 출자전환하면서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2조8000억 원, 산은 등이 현대상선에 68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전환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자 제2금융권의 산업 대출이 불어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의 산업계 대출 잔액은 3조6000억 원 감소한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2조7000억 원 증가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