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집행위원장 ‘미래 백서’ 발표… EU 앞길 5가지 시나리오 제시 창설 60년만에 처음 통합속도 조절… 국가별 정책 자율성 확대 검토 3월말 로마정상회의서 본격 논의
융커는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해 “EU는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유럽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할 때이며 어떤 때는 덜 하는 게 더 많이 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반(反)EU를 앞세운 극우 포퓰리즘 열풍과 보호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감안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갈등 요소가 많다. 당장 영국의 탈퇴 이후 줄어든 EU 예산 속에서 다층체제가 이뤄질 경우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지를 두고 갈등이 커질 공산이 크다. 동유럽 국가에서는 서유럽 국가들이 각종 경제적 지원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U가 어젠다 수를 줄이고 그 대신 통합의 강도를 높이는 안도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기술 혁신, 무역, 안보 등은 EU에 더 많은 권한을 주되 지역 발전, 건강, 고용, 사회 정책 등은 국가 자율에 맡기는 안이다.
단일시장에만 주력하고 이민, 보안, 국방 협력은 아예 보류하며 국경도 사실상 부활하는 안도 포함됐다. 독일은 이미 이 안에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융커에게 전달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5가지 안은 이달 말 로마에서 열리는 EU 창설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며 유럽의회 선거가 열리는 2019년 6월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