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사장 “2019년 5G 상용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에서 SK텔레콤도 KT와 마찬가지로 2019년 5G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기간 중 세계적 사업자들과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을 협의한 사실도 공개했다.
○ 글로벌 5G 협력, 올해 말 강남에 시험무대
5G에 관한 구상을 밝힌 것은 하루 앞서 MWC 현장에서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한 KT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KT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5G와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평창 5G’ 계획을 제시한 것에 맞서 SK텔레콤은 ‘강남 5G’ 전략을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박 사장은 “올해 말 일부 서울 강남,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에 5G 및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시험무대)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번 MWC를 계기로 글로벌 업체들과 5G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했다. 박 사장은 27일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을 만나 연말까지 5G 반도체칩 표준화를 위한 노력을 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직 5G 상용화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같은 날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을 만나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센서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약 한 달 전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을 만나 자율주행을 위해 내비게이션 ‘티맵’을 지금보다 10배 정도 정교하게 고도화하기 위한 방안도 상의했다. SK텔레콤은 티맵을 이용하는 차가 사고가 나 도로에 서 있게 되면 역시 티맵을 쓰는 뒤차에 사고 정보를 알려줘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반기(7∼12월)에 선보일 계획이다.
○ 미디어와 AI는 커머스와 연결
SK텔레콤은 이번 스페인 MWC 2017에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5G 기반 커넥티드카 ‘T5’를 출품했다. SK텔레콤이 BMW, 인텔과 협업해 만들었다. SK텔레콤 제공
박 사장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이번 MWC ‘최고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부문에서 수상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디어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이 콘텐츠인데, 지금은 중국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옥수수 등 국산 플랫폼이 아시아에서 성공하면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이전투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생적 경쟁’도 강조했다. 그는 “MWC 현장에서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났는데 5G 시대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할 일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서로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후 MWC의 SK텔레콤 부스를 20여 분간 방문해 AI 홈비서 ‘누구’와 5G 커넥티드카 등을 살펴봤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7월 가석방 출소 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