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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동아일보/강신영]몰래 하는 ‘무차별 녹음’, 인권침해 우려 크다

입력 | 2017-02-24 03:00:00


21일자 A12면 ‘상사 지시 녹음’ 기사를 읽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오래전 동호회 리더로 활동할 때 매사에 불만인 회원이 있었다. 오래 참았지만, 술자리 끝에 여러 얘기를 하면서 정 싫으면 나오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 내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겠다고도 했다. 다음 날 인터넷 카페에 앞뒤 다 자르고 대화 내용을 몰래 다 녹음했는데 “정 싫으면 나오지 말라”는 말만 올렸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나를 비난했다.

더는 휘말리기 싫어 내가 그만두었고, 그 동호회는 얼마 후 문을 닫았다. 애써 키운 동호회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허무했다. 억울하기도 했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몰래 녹음한 일 자체에 대해 법적으로 호소할 수도 없었다. 그 일로 누군가가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겼고, 사람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대인관계를 하는 데 큰 지장을 받았다.

일단 상대방 몰래 녹음하는 것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비겁한 행동이다. 그 근저에는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야겠다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불공평한 기만행위이기도 하다. 앞뒤 다 자르고 보는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얘기만 올리는 것은 악마의 편집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 덕분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손쉽게 발생할 소지가 크다.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은 초상권처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강신영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