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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보호하던 中 개입 나선듯… ‘北, 시신 넘보지말라’ 메시지

입력 | 2017-02-21 03:00:00

[김정남 피살]“김한솔, 아버지 시신 찾으러 말레이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중국이 아들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시키는 ‘정치적 결정’을 통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개입은 여러 면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불리하게 해석될 소지가 많다.

중국이 김한솔을 보내 아버지인 것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유족에게 김정남의 시신이 인도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드러내는 셈이다. 김정남 시신 인수를 놓고 북한 당국과 유가족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어서 평양은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의 맏손자로 유력한 후계자로 불렸던 김정남은 사망했지만 그가 남긴 또 한 명의 ‘백두혈통’인 김한솔(김일성의 증손자)의 신변 보호를 계속해 김정은 이후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정치적 카드를 꺼내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김정남의 둘째 부인 리혜경과 김한솔, 솔희 남매는 마카오에서 중국 측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면 유가족 측의 단독 판단이 아니라 중국 당국과의 협의를 거친 것이며 더 적극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허락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뒤 가족들은 시신이 있는 곳에 가보지도 못하고 은신해 있어야 하는 상황에 매우 비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이 말레이시아 입국의 뜻을 이룬 것은 중국 당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전에 조율한 결과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측이 사건 발생 후 줄곧 시신 인도를 요구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가족과 친지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2주일 이내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솔이 20일 말레이시아로 향했다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미 김한솔이 오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유족 우선’ 원칙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직원에 의한 조직적인 테러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요구하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북한에 ‘베이징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상당히 잘못된 일’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18일 올해 말까지 북한에서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보호를 받는 인물’이라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버젓이 살해한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위신에 손상을 입혔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중국의 경고에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고 올해 들어서도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등 제멋대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4명의 북한인이 쿠알라룸푸르에서 통상적인 행로인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가지 않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거쳐 돌아간 것도 중국이 보호하던 인물을 살해한 뒤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갈 경우 중국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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