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액 두 계단 떨어져 8위 對中 수출 1224억달러 11% 줄어… 현대차 파업-갤노트7 단종도 영향 美 통상압박 현실화땐 올해도 ‘잿빛’… 수출 버팀목 FTA 차질없이 추진 조선 해운 철강 구조조정 서둘러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설 조짐을 보여 올해 수출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디딤판으로 삼아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불확실한 통상 여건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역액은 29조7410억 달러(약 3경4202조 원)로 1년 새 2.7%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 수출은 5.9% 감소했다. 세계 무역시장이 위축되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다.
반면 홍콩 등 경쟁국은 지난해 수출액을 늘리거나 감소 폭을 1% 미만으로 유지하며 한국을 추월했다. 홍콩의 수출액은 1년 새 1.2% 늘었고 프랑스는 0.9%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의 장기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단종 사태 등의 악재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에멀션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ESBR)에 최대 4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합성 고무의 일종인 ESBR는 타이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상무부는 지난달에도 한국산 가소제(DOTP)에 최대 약 6%의 예비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산업부 등 통상 당국은 이 조치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시작된 조사라는 점을 들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금리 인상에까지 나설 경우 지난해 못지않은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해진 통상 여건을 극복할 열쇠로 FTA를 든다. 한국은 WTO 주도의 다자 간 통상협정 등이 2000년대 들어 지지부진해지자 양자 간 FTA 체결에 주력해 왔다. 최근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대륙 단위의 대규모 경제블록 결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 FTA가 수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