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게이트/글렌 그린월드 지음/박수민 박산호 옮김/392쪽·1만7000원/모던아카이브 ◇스노든:세기의 내부고발자/테드 롤 지음/박수민 옮김/240쪽·1만4000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스노든’(2016년) 중 한 장면. 에드워드 스노든은 “인터넷을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감시당하지 않으며 사용한 마지막 세대가 나일 듯해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을 나중에 깨달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댓시네마 제공
소설로는 조지 오웰의 ‘1984’(1949년).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모든 소리가 ‘사상경찰’에 수집되고 모든 움직임을 일일이 감시받고 있다는 가정 아래 살아가야 했다.”
“프라이버시 같은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야. 정부는 프라이버시로 인한 위험을 무릅쓸 수 없어. 이제 세상에 남은 프라이버시는 네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야.”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2014년)에 출연한 스노든(오른쪽)과 그의 여자 친구. 사진 출처 imdb.com
어느 쪽이든 오래 묵은 픽션에 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린월드와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는 일시적인 특종 보도에 그치지 않기 위해 ‘인터셉트(theintercept.com)’라는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 스노든이 빼낸 NSA 문건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 내용의 경중과 무관하게 TV 시청자는 언제나 금세 채널을 돌리고 뉴스 소비자의 눈은 쉽사리 다른 소식으로 옮겨간다. 만화를 그린 테드 롤은 저자 후기에 “지속적인 학대에 무기력하게 낑낑대기만 하는 강아지처럼, 사람들은 NSA와 관련된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썼다.
모든 형태의 인적 상호작용과 계획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생각 자체가 국가의 포괄적 감시 아래 수용되는 사회. 지구 위 현생인류의 주소는 이미 그곳이다. 스노든은 NSA가 전화 통화 자료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서버에 직접 접속해 광범위한 개인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제공받았음을 알렸다. 이 자료는 당연히 미국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해당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009년 한 TV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하는 내용이라면 애초에 인터넷에 올리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수월하게 읽히지만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내 폭로 의도는 NSA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이런 상황을 당연시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라는 스노든의 말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자극에 무뎌지며 흐려져 가는 지금 이 땅의 문제를 나는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