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오른쪽)가 반측성 안면 경련으로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은 차인혁 씨의 청각을 검사하고 있다. 차 씨는 8년 동안 오른쪽 얼굴과 눈, 입이 동시에 떨리는 고통을 받다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인하대병원 제공
차인혁 씨(76)도 지난해 10월 안면 경련 증상이 심해져 김 교수가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술했다. 차 씨는 8년 동안 안면 경련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힘들었다. 동네 신경외과는 물론이고 한의원까지 찾아 보톡스 시술 등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쪽 눈, 입이 동시에 떨리는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 씨는 “안면 떨림 증세가 너무 심해 운전을 하다가 중심을 못 잡기도 했고 친구들 만나기도 창피했다.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고 나니 얼굴 떨림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등산을 즐기는 등 활기차게 살고 있다.
반측성 안면 경련은 안면신경이 주변 뇌혈관의 압박을 받아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쪽 눈꺼풀 주위가 떨리는 증상이다. 말하자면 안면신경 가닥들 간에 합선(合線)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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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차 씨가 받은 미세혈관 감압술은 반측성 안면 경련의 원인을 수술로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귀 뒤의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고 전신마취를 한 뒤 두개골을 4∼5cm 정도 절개한다. 이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을 찾으면 테플론펠트라고 하는 수술 재료를 그 사이에 끼워 넣는다. 뇌혈관과 안면신경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향후 신경이 합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퇴원할 수 있다. 수술 후 재발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비용은 300여만 원. 김 교수는 지금까지 500여 명에게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술했고 3차 신경(안면감각신경통) 수술도 150여 명을 집도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술은 성공률이 95%에 이르는 안전한 수술이지만 뇌 수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환자들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술 합병증 발생률이 1∼2%에 불과한 수술을 통해 소중한 얼굴을 되찾는 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