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왕첸 지음·홍성화 옮김/312쪽·1만8000원·글항아리
1955년 중국을 방문한 장폴 사르트르(오른쪽)와 시몬 드 보부아르.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은 문화혁명 직후 중국 사상계로부터 각광받았다. 글항아리 제공
이 책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 동안 유럽, 일본의 사상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한 지적 편력(遍歷)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지식 수용 과정이 그러하듯 때론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 사상을 이용하거나, 타산지석으로 배우는 모습을 포착했다.
내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것은 일본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와 마루아먀 마사오의 사상을 중국인들이 읽어낸 방식이다. 중국과 일본은 둘 다 화려한 문명을 한때 꽃피웠지만, 결국 19세기 말 서양 제국주의에 의해 ‘강요된 근대화’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근대화의 성패는 엇갈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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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에 대한 갈망은 콤플렉스로 이어지기 쉬운 것 같다. 일본 현대정치사상사 연구 대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에 대한 독법(讀法)이 그런 사례다. 마루야마는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에서 도쿠가와 시대 유학 사상에서 근대화의 맹아를 찾고 있다. 그러나 오규 소라이의 유학 사상에서 근대화의 단초를 찾는 마루야마의 시도는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역사학자들도 근대화가 완전히 외압에 의한 게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방중한 자크 데리다가 “중국엔 자고로 철학이 없었다”고 말하자 중국 학계가 발끈한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니었을까.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