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정치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8일 경기 성남의 한 중소기업을 찾았다. 일자리 공약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 수행원들의 제지로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못했다. 결국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비판과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다”며 문 전 대표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아니라 문 전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질문 기회가 막힌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조계종을 방문해 “사실은 (대선이) 닥쳐와 있는데 제대로 준비할 수도 없다. 약간 위선적인 상황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선 일정이 불투명하지만, 조기 대선을 준비하지 않을 수도 없는 모순적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7일 대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정국을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라고 했다가 곧바로 “충청의 더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아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8일에는 송영길 의원이 문 전 대표의 캠프에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주변에선 “아직 대선 경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토론은 너무 이르다”는 말도 한다. 그렇다면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공약을 발표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 전 대표는 안 지사, 이 시장과 달리 아직 당 경선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지만 각종 지지 모임 출범은 일찌감치 끝마쳤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행보는 이어가면서 ‘대선보다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 대선 행보 중 토론만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가 이 지적에 어떻게 답을 할지 궁금한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