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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 다시 보수 우세로… 3權 손에 쥐려는 트럼프

입력 | 2017-02-02 03:00:00

대법관에 보수성향 고서치 지명… 오바마와 하버드대 로스쿨 동기
종교자유-생명가치 중시한 판결… ‘보수 법조계 거두’ 스캘리아 후계자
WP “공화당-보수층 대환영”… 민주당, 인준 거부 실력행사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자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50)를 지명했다. 지난해 2월 ‘보수 법조계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뒤 보수와 진보 성향 판사가 4 대 4로 맞서왔던 연방대법원은 고서치가 인준을 통과하면 보수가 다시 우위를 점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할을 동시에 맡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최고 사법기관인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미국 공화당은 입법 사법 행정부 등 3권을 모두 손에 넣게 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관으로서) 고서치의 자격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나라에 법치를 확립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가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을 지명해 달라는 것이) 나를 뽑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며 “고서치 지명으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서치는 “부족하지만 이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수호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서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하버드대 로스쿨 동기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다. 헌법을 해석할 때 입안 당시의 해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문주의자(originalist)’로 같은 주장을 펼쳤던 전임자 스캘리아의 후계자로 불린다. 고서치 본인도 “스캘리아는 법을 지키는 사자와 같았다”고 말했다.

 고서치는 사업자가 자신의 종교상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피고용자에게 사후피임약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며 종교의 자유를 강조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엔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에 “미국 진보는 법정에 중독됐다”며 “동성결혼 등 진보 의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투표가 아닌 판사들에게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미국 6개 주에서 합법인 조력 자살에 대해서도 생명의 가치를 강조하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서치의 지명은 공화당과 보수층에서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며 좌충우돌식 임기 초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 세력과 ‘보기 드문’ 화합의 모습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고서치 인준 거부를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설 태세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스캘리아가 남긴 공석에 메릭 갈런드 연방항소법원장을 지명했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청문회도 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지명권을 도둑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은 현재 상원에서 과반인 52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인준 지연을 위한 무제한 토론)를 멈추기 위해서는 총 의석수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60석을 확보해야 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고서치는 민주당 지지를 포함해 60표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험난한 인준 과정을 예고했다.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로 회귀하면서 6월 종료되는 이번 회기부터 이념 대립이 첨예한 안건에 보수적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연방대법원은 남자로 성을 전환한 학생의 남자화장실 사용을 불허한 한 학교의 조치에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를 가린다. 논란이 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폐지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연방대법원에서 그 합법성을 가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방대법관 인준이 통상 2, 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민주당의 반발이 극심할 경우 고서치는 이번 회기에는 판결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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