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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기자의 에코플러스]“지구를 지키는 우리가 환경오염 주범이라니…”

입력 | 2017-02-02 03:00:00

옵티머스 프라임-라이트닝 맥퀸-붕붕
인기 스타들의 배기가스 유감(遺憾)




지난달 31일 교통환경연구소의 연구관이 기자(맨 왼쪽)에게 경유차 배기가스를 분석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환경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가 마시는 공기, 밟는 흙, 보는 산과 들이 모두 아이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지난해에는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같이 평범한 주변 환경이 우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올해부터 이런 환경 이슈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자세하고 어렵지 않게 풀어보려 합니다. 궁금했지만 내가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던 환경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이미지 기자의 에코플러스’를 시작합니다. 첫 회는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 이야기입니다. 영화와 만화의 자동차 캐릭터로 미세먼지 이야기를 꾸며봤습니다.》
 

○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나는 오토봇들의 총사령관인 옵티머스 프라임이다. 평소 지구에서는 ‘피터빌트 379’로 불리는 대형트럭으로 변신해 지낸다. 2007년 단종된 경유차다.

 난 요즘 대형트럭으로 변신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등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취급을 당해도 싸긴 하다. 지난달 31일 나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 한국 기자가 교통환경연구소란 곳에서 직접 배기가스 실험을 한 사진을 보내왔는데, 경유차 배기구에 부착한 여과지는 원래 검은 종이였던 양 시커메졌다. 그 유명한 미세먼지(PM10)였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었다. 한국 기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질소산화물 배출 총량은 경유가 2억8470만 kg으로 휘발유(2200만 kg)의 약 13배였단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나오는 경유차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아 10년 전 경유차들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휘발유차의 4배 수준이다. 지구인들을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경유차 탈을 썼단 이유로 괜한 미움을 사게 생겼다. 나도 애초에 범블비처럼 휘발유차로 변신할 걸 그랬다.

○ 애니메이션 ‘카’ 라이트닝 맥퀸

애니메이션 ‘카’의 라이트닝 맥퀸.

 옵(옵티머스) 형님,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 범블비라고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난 천재 레이싱카 라이트닝 맥퀸. 영화 ‘카2’에서 알리놀이란 대체연료를 먹고 달리려다 음모에 빠져 큰일 날 뻔하긴 했지만, 여전히 언제든 기회가 되면 휘발유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름 아닌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나도 친한 한국 기자가 있어 한국 환경부 조사를 인용하면, 휘발유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192g으로 전기차(94g)의 두 배에 이른단다. 경유차(189g)보다는 약간 많은 편이지만, 실상 연료소비효율 등을 감안하면 휘발유차가 같은 모델 경유차보다 20% 이상 더 배출한다고 하니 한국 정부가 한동안 ‘저탄소’ 명목으로 친(親)경유차 정책을 폈을 법하다. 

주행 중인 경유차 배기구에 끼워놓은 여과지(오른쪽)와 깨끗한 여과지.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도 경유차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일은 아니다. 질소산화물 외에 미세먼지를 만드는 배기가스 물질,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우리도 적잖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질소산화물처럼 반응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배출량(총 3억876만 kg)으로 볼 때 우리 휘발유차도 적지는 않다. 게다가 최근 개발된 휘발유 직분사 방식(GDI) 엔진의 경우 실제 경유차처럼 미세먼지를 배출하기도 한다니 크게 자책하신 옵 형님께 송구스러울 일이다. 

 요즘 대세는 친환경인데 일류 스타인 내가 너무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오랜 후원사에는 미안하지만 이미지 탈색을 위해서라도 새로 친환경제품 업체 후원사를 구하든가 해야겠다.

○ 꼬마자동차 붕붕

TV 만화 ‘꼬마자동차 붕붕’의 붕붕.

 안녕, 나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 휘발유와 꽃향기를 모두 연료로 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원조다.

 라이트닝이라는 젊은 친구가 친환경연료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껏 만난 친환경차 후배들 가운데 썩 ‘대세’다 싶은 녀석은 없었다.

 전기차를 볼까. 최근 이웃나라 한국은 1400만∼2300만 원 구매보조금에 1년 새 공공충전소를 2610곳까지 늘린다고 할 정도로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수가 부쩍 늘었을 때도 그대로 ‘친환경’일지 걱정이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 화력발전 중심인 한국 같은 나라에서 다른 의미로 대기오염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소차 역시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공해까지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액화석유가스(LPG)차는 경유 휘발유 같은 화석연료라 질소산화물 배출 등 환경오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액화천연가스(LNG)차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저 기술의 발전이 이런 단점들을 빠르게 극복하길 바랄 뿐이다. 뽀로로의 친구 ‘뚜뚜’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들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정말 꽃향기를 연료로 하는 내 후손도 나오지 않겠나. 옵 선생과 라이트닝, 함께 기다려보자고.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