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스스로에 자극을 주기 위해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한 전북현대 출신 수문장 권순태가 새 소속 팀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다 전북 패넌트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HBR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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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한국선수들 못지않은 활약 필요
전북맨 출신 한국대표란 생각으로 노력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선잠에 들었다가 금세 눈을 떴다. 어렵사리 ‘예스(Yes)’라고 답하기까지 일주일이 필요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를 떠나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향한 골키퍼 권순태(33)는 정신없는 1월을 보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은 언제나 바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랬다.
이달 초 가시마의 정식 프로포즈를 받은 그는 수많은 지인들과 상의 끝에 이적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발표(25일)가 늦어진 것은 여러 가지 세부 조율을 위함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는 아주 가깝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먼 길이었다.” 어렵게 달려온 만큼 설날 연휴도 잊고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시즌 막바지 입은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고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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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고생이 꽤 컸을 것 같다.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도 많았다. 날 키워준 소중한 팀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 현역을 떠날 때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따스하게 환대해줬다. 내 신분을 잊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외국인 선수다. 내가 먼저 다가서고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짧은 영어로 소통하지만 하루 1∼2시간씩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방향과 위치조정 등 축구에 꼭 필요한 기본용어도 조금씩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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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부담이 있다. 기존 선수들 못지않게 활약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군 복무(상주상무)를 제외하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 머물렀다(K리그 301경기 334실점). 많은 경험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겠다.”
가시마 앤틀러스 권순태. 사진제공 | HBR SPORTS
J리그는 한국 골키퍼 전성시대다. 권순태까지 1부 18개 팀 가운데 5명이 한국 수문장이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이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 중 구성윤을 제외한 전부가 국가대표 경력이 있다. 국내의 필드 플레이어들에게 중동·중국이 큰 매력을 준다면 골키퍼들에게는 J리그가 ‘新(신) 엘도라도’로 떠올랐다.
-전북과 가시마는 전혀 다른 환경일 텐데.
“완전한 적응까지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두 팀의 패턴이 전혀 다르다. 플레이 전개양상 역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시 마사타다) 감독께서 ‘애써 일본 스타일에 맞출 필요 없다. 전북에서 해온 것처럼 하라. 네 장점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하셨다. 덕분에 비교적 수월히 적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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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클럽 선수가 아닌, 전북 맨 출신의 한국대표란 생각으로 기회를 잡겠다. 스스로를 계속 조이고 자극을 주면서 모든 능력을 쏟아 붓겠다. 언젠가 한국으로 향할 때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고 떠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