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한국정책재단 수석연구원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아픈 부분이 생겨도, 제대로 하소연조차 못 하고 마지막 심폐소생기마저 떼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람은 아프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왜 소상공인·중소기업에는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없는 것일까. 상당수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자금 조달, 판로 개척, 마케팅 등 기업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허둥지둥하다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누군가가 의사 역할을 하며 아픈 부분을 치료해 준다면 더 큰 경쟁의 무대 속으로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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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쌓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네트워크가 정년 은퇴와 함께 사장되지 않고 소상공인, 중소기업, 신생 기업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데 재활용된다면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이 적어도 지금처럼 손 한번 못 써보고 쓰러지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최근 한국정책재단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 13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5곳(68.8%)이 ‘은퇴 전문인력을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해결 건수당 비용을 지불하거나, 파트타임 정규직(하루 3, 4시간 정도 일하면서 사실상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받는 근로자) 채용 같은 방식으로도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활용할 경우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만약 유망 중소기업 제품이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을 때 은퇴 인력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해외 기업을 연결했다고 하자. 기업은 새로운 수익구조를 갖게 되고, 청년고용은 자연스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수요(소상공인·중소기업)와 공급(은퇴 인력)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사회적, 정책적으로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은다면 우리에게 시대적, 세대적 과제로 주어진 ‘은퇴 인력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현 한국정책재단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