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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빠진 민주당 경선 ‘문재인 vs 이재명 vs 안희정’ 구도로

입력 | 2017-01-27 03:00:00

[대선 정국]경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박 시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택하면서 경선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정말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비록 후보로서의 길은 접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밤 최종 결심을 굳힌 뒤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불출마는 스스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한 것처럼 결국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박 시장은 선제적 조치로 인상적인 위기대응 리더십을 보이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22.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이후 지지율은 계속 떨어져 최근 조사에서는 3%대까지 추락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 및 당 지도부와의 불편한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박 시장은 최근 ‘야권 공동경선’과 ‘야권 공동정부’를 주장하며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청산 대상”이라며 날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불출마 선언문 초안에는 “(불출마는) 당의 경선 규칙과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박 시장은 이 내용을 읽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박 시장과 가까운 박홍근 의원은 “아직 당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장직 3선 도전에 대해 박 시장은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과 야권 공동정부 추진에 합의한 만큼 자연스럽게 경선 구도가 ‘문재인-이재명-안희정’ 구도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보다 대중 인지도가 높았던 박 시장이 출마를 접으면서 김 의원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불출마 결정에 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워 했다. 컷오프 기준을 6명으로 늘려 최대한 많은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도록 해 흥행 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뻔한 구도를 벗어난 역동성이 경선의 핵심이고, 이것이 본선 승리에도 필수적인데 시작부터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만약 김 의원마저 경선 불참을 선언하면 지도부의 ‘공정 경선’ 방침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가까운 의원들에게 “설 연휴 동안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참으로 어렵고 고마운 그런 결단을 해주셨다”고 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 직후 문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 뜻을 전달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설 연휴를 앞두고 서초구 서울소방학교를 방문해 “국민안전 강화 차원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공무원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준 인력보다 부족한 소방공무원 1만9000명의 교육훈련만 감당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성 경기 고양시장이 첫 번째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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