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 ‘계원창작상단’의 도전 디자인 개발하면 中企가 생산… 국내서 ‘완판’… 유럽시장 진출도 고용 빙하기 취업-창업 길 열어
25일 계원예대 학교기업 계원창작상단에서 박선영 씨(오른쪽)와 학생들이 반지 모양 석고 방향제를 만들고 있다. 의왕=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계원예대 리빙디자인과에서 1년을 공부한 두 학생은 수업시간에 조명의 겉모습만 디자인했다. 중국 공장에선 조명 분해와 조립은 물론이고 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살펴봤다. 돌아온 두 학생이 할 일은 루미앤에서 제품화할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 잘되면 특허청에 자기 이름으로 디자인 등록을 하고 국내와 세계시장에 팔 수도 있다.
선배들이 이를 실현해왔다. 정선영 씨(23·여)가 2014년 수업시간에 개발한 디자인으로 2015년 루미앤이 중국 공장에서 만든 ‘꼬마조명’은 국내 롯데마트 60개점에서 완판됐다. 지난해 유럽시장에도 진출했다. 포장 상자에는 ‘판매원: 계원창작상단, ㈜루미앤’이라고 써 있다. 계원창작상단은 계원예대가 2015년 교육부 지원(연간 2억4000만 원)을 받아 설립한 학교기업. 리빙디자인과, 화훼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취업과 창업의 밑거름을 마련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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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하는 디자인은 계원창작상단이 해당 학생과 교수 이름으로 공동 출원한다. 지난해에만 30건이 특허로 등록됐고, 25건을 출원했다. 기업은 시제품 하나당 30만 원 정도를 학생에게 계약금으로 준다. 양산에 성공하면 제품 가격의 3∼7%를 로열티로 추가 지급한다. 학생은 아이디어를 개발하면서 창업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셈. 계원창작상단은 설립 이래 매년 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학교기업 첫 해외창업… 돈은 中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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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출시된 ‘계원예대’표 조명 계원예대 최성은 씨(왼쪽)와 우제균 씨가 선배들이 수업 시간에 디자인해 한국조명기업 ㈜루미앤에서 출시했던 조명들을 보여주고 있다. 의왕=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개 학교기업은 단일 제품에 집중하지만 계원창작상단은 학생들의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지난해 최우수 학교기업으로 선정됐고, 안수연 총괄책임교수는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계원창작상단은 중소기업과 지역사회의 기도 살린다. 루미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변신했다. 학생들 덕분에 독자적인 디자인을 갖게 돼서다. 기존 제품을 학생들이 다시 디자인한 조명은 2015년 2억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학생들이 디자인하고 전국의 영세 농가에 생산을 의뢰한 다육이 화분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7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3개 학과의 취업률(2015년 기준)은 82%. 학교 평균(72%)을 압도한다. 예대는 4년제 대학보다 취업이 어렵지만 실무 경험을 탄탄히 쌓은 덕분이다. 캔들워머(향초의 향이 퍼져 나가게 하는 조명 기구)를 만들어 유럽에 진출시킨 학생은 유명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베트남 법인 생산관리인이 됐다.
계원창작상단 학생들은 3월 학교기업 최초로 중국에 창업을 하러 간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저장(浙江) 성 이우(義烏) 시에 설립한 한국생활디자인센터에 학교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우 시에는 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시장이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디자인기업에 사무실과 거주지, 디자인 개발비와 운영비를 모두 지원한다. 안 교수는 “정부나 대학들이 창업 예산을 산발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학교기업과 연계해 창업이 지속 가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왕=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