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장은 6년 임기 동안 신한금융의 승계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주주와 금융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부터 구성했다. 이사회 대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승계 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또 외부 컨설팅 과정을 거쳐 차기 리더의 조건을 구체화한 ‘경영리더상(像)’도 만들었다. 제대로 된 ‘차기 수장’을 뽑기 위해 수년간 힘을 쏟은 한 회장은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경영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동우 회장
“올바른 경영이념을 갖고 상생 추구해야”
“단기 매출이나 이익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오래 못 간다.” 한 회장은 ‘올바른 경영이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짐 콜린스의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내세웠다.
한 회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와 이념을 중시하고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답을 갖고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리더 역시 이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쇄적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기업의 사고가 갇혀 있고 내부에 수구적인 풍토가 형성되면 걷잡을 수 없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과거 가장 번성한 문명인 잉카제국도 폐쇄적인 환경, 닫힌 사고가 멸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채널 운영체계 선도해야”
한 회장은 금융권도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금융환경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도 이제는 수익을 목적으로 고객을 대할 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서 금융을 고객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금융의 역할을 어떻게 확장하면 고객들이 더 편리할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은 국내외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한 회장은 “금융권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된다. 먼저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변화의 본질을 먼저 보고 한발 앞서 방향을 결정하는 ‘선견(先見) 선결(先決) 선행(先行)’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신한금융그룹의 슬로건도 ‘선(先), 신한’으로 정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