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엔 7종… 점점 사라져 작년 검정통과 고교 교과서 2종… ‘軍 위안부 개입’ 내용 삭제해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이 1997년 처음 등장한 이후 점차 사라져 지금은 단 1종의 교과서에만 실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검정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중 2종은 위안부 관련 기술에서 ‘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본보가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위안부 관련 내용을 기술한 중학교 교과서 9종 중 위안부 관련 내용을 기술한 교과서는 △1997년 7종 △2002년 3종 △2006년 2종 △2012년 0종으로 대폭 축소됐다가 2015년 1종의 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기술이 등장했다. 그 결과 일본 중학교 교과서 9종 중 단 한 종의 교과서에만 위안부 관련 기술이 남은 셈이다.
일본 정부는 1993년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1995년 ‘태평양전쟁 당시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이후 발행한 교과서부터 위안부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 1997년판 교과서에는 ‘강제 연행’ ‘위안부 학살’ ‘참혹한 취급’ 등 위안부 문제에 관해 ‘군 개입’과 ‘강제성’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부임한 2001년 이후 점차 위안부 기술을 축소해왔다.
일본 정부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군 개입을 인정하고 사죄를 통감한다’고 밝혔으나 교과서 속 위안부 역사는 지우고 있어 잊기 위한 사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실장은 “일본은 총리 담화를 통해 수차례 사죄해왔지만 망각(妄覺)을 위한 사죄를 거듭해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