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이드암투수 김주한은 입단 첫 시즌이던 지난해 ‘순수 신인’으로선 드물게 1군에서 팀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첫 승보다 1군 콜업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붉은 닭띠의 해에 힘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이 있다. 이제 막 재능의 꽃을 피워낸 여린 꽃송이지만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재목으로 꽃잎을 활짝 펼칠 라이징 스타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을 스포츠동아가 집중조명해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6번째 주인공은 지난해 신인으로 데뷔 첫 시즌을 1군에서 보내며 SK의 주축 불펜투수로 자리한 김주한(24)이다. 순수 신인의 1군 데뷔가 점차 늦어지는 상황에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활약한 그는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군에서 야구를 길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 김주한.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첫 승보다 기억에 남는 1군 콜업
-KBO리그는 신인들의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뛰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그걸 해냈다.
-5월 말에 1군 콜업이 됐고,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었다. 처음 1군 등록 얘기를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날짜도 기억난다. 5월28일에 퓨처스리그(2군) 부산 원정을 가 있었는데, 그날 밤에 ‘인천으로 올라가라’는 말을 들었다. ‘아, 내게도 기회가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29일 1군에 처음 등록됐는데, (상기된 표정으로)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첫 승(6월9일 문학 롯데전·2이닝 1실점 구원승)한 날은 기억 못하는데 1군에 올라온 날은 정확히 기억한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는데 다른 학부형께서 ‘야구해보지 않을래?’라며 제안을 하셨다. 고향 경주에 야구하는 학교가 딱 1개 있었다. 처음엔 1루수나 내야수를 봤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입학하면서 투수를 하게 됐다. 처음부터 옆으로 던졌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땐 내가 키도 작고 힘도 부족하다 보니, 옆으로 던지는 게 나았던 것 같다. 또 한창 지바 롯데의 와타나베 슌스케 등 밑으로 던지는 투수들을 많이 본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사이드암 투수를 선택한 게 지금의 김주한을 만든 것 같다.
“처음 투수를 하다보니 정말 열심히 했다. 돌이켜보면 그땐 왜 그렇게 사이드로 던졌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잘 되라고 그랬던 것 같다.(웃음)”
고려대 시절 김주한. 사진제공|고려대학교
● 4년 내내 고려대의 에이스, 프로의 밑거름 되다!
“경주고 입학이 결정되고 나서 전국체전도 1경기 뛰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부가 해체됐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성남고로 전학간 뒤엔 숙소 생활을 해야 했다. 나 말고도 지방 출신 선수들이 있었다. 경주고에선 서예일(두산)과 함께 성남고로 갔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가지 않고 고려대에 입학했다.
“주말리그가 처음 시행될 때였는데 4승2패에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당시 감독님께서 지명을 받아도 하위라운드일 것 같다고 하셨다. 부모님과 상의하고 나서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다.”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4년 내내 에이스였다. 특히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4년간 30.2이닝 7실점(3자책)으로 맹활약했다. 3학년 때까지 방어율 0을 유지했고, 4학년 때 처음 자책점을 내줬지만 9이닝 5실점(3자책), 146구 완투승을 거뒀다.
“팀에선 내가 많이 나갔지만, 대학 시절 다른 학교만 봐도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많았다. 정기전에선 좋은 기억이 있다. 그때 경험이 프로 와서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어떤 게 도움이 됐나.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15이닝 1실점으로 강했는데 연관이 있을까.
“아마추어 땐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근데 4년 동안 정기전을 하면서 관중이 꽉 찬 잠실구장에서 던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도 떨렸고 프로에 온 지금도 떨리지만, 확실히 미리 경험해본 게 도움이 됐다. 올해 잠실에서 성적이 좋았던 건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다.(웃음)”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 조웅천표 체인지업, 좌타자가 더 편해요
-프로에 온 뒤 스피드도 올랐다. 140㎞ 초반에서 이젠 140㎞대 후반을 던진다. 단시간에 구속을 끌어올린 비결이 있나.
“예전 구속과 비교해보면 7㎞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무엇을 하기보다는 1군에서 코치님들이 시켜주시는 대로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이드암 투수지만, 좌타자 상대로 장점이 있는 체인지업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보다 더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다.
“예전엔 던질 때 직구를 던지는지, 체인지업을 던지는지 티가 났다. 조웅천 코치(현 두산)님 지도 아래 여러 시도를 했고, 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코치님은 항상 공을 낮게 던지도록 주문하셨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타자들이 속는 게 보이더라. 계속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는 왼손타자에게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체인지업이 있으니 다를 것 같다. 좌타자와 우타자, 어느 쪽이 상대하기 편한가.
“우타자보다는 좌타자가 오히려 더 편한 게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79)이 우타자 상대(0.260)보다 높지만, 체인지업 덕분에 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으면서 무엇이 부족하다 느꼈나.
“좀더 세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것 같다. 컨트롤의 중요성을 느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체력적으로는 오히려 여름에 결과가 좋았다.(웃음)”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 프로의 어려움, 1군에서 오래 살아남겠다!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경기가 있나.
“처음 선발 등판했던 KIA전(7월29일 문학 경기·2.2이닝 6실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한숨을 내쉬며) 그때 정말 못 던졌다. 선발진에 구멍이 난 상황이었고, 코칭스태프께서도 날 길게 두실 생각이 없으셨다. 잘 던지면 3회? 근데 난 길게 막아보자는 생각에 마운드에서 욕심을 부렸다. 길게 가려고 조절을 하다보니 경기를 망쳤다.”
-투수라면 선발 자리에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첫 기회였다. 길게 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니, 스스로 무너진 것 같다.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프로에 와서 처음 중간계투의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
“아마추어 땐 중간에 올라가도 5이닝 이상 버텨야 하는 일이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프로에선 긴 이닝이 아니라 전력으로 한 타자씩 잡아야 했다. 항상 대기를 하는 것도 힘든 부분이었다. 타자들도 강하니 더 좋은 컨트롤이 필요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중간계투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졌다. 올 겨울엔 어떻게 운동하고 있나.
“구종을 더 만들기 보다는 좋은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싶다. 최근엔 더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근지구력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이제 2년차 시즌이다. 팀에서도 기대하는 게 많을 텐데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수치적인 목표는 잡지 않았다. 1군에서 야구를 길게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수치는 따라올 것 같다. 아직 내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겨 1군에 살아남는 게 목표다.”
● SK 김주한
▲생년월일=1993년 2월 3일
▲출신교=경주동천초∼경주중∼성남고∼고려대
▲키·몸무게=184cm·93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16년 SK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
▲입단 계약금=1억원
▲2016년 연봉=2700만원
▲2016시즌 성적=39경기 3승1패 1세이브 2홀드 방어율 4.25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